규동(소고기덮밥)은 일본에서는 밖에서 사먹을 수 있는 제일 싼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일본에서 생활하셨던 분들이라면 돈이 없어 매일 규동으로만 식사를 했다던지,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제는 규동은 먹기도 싫다던지 ...등등 규동에 관한 이야기가
한 두 가지는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이것은 소고기 덮밥에 얽힌 한편의 슬프고도 애절한 이야기
야근을 마친 후, 집 근처 전철역에 도착하자 시간은 어느새 새벽 2시를 훌쩍 넘어 있었다. 보통 저녁 - 이라기보다는 이미 야식이지만-은 105엔짜리 삼각김밥으로 때우곤 했지만 2시간이나 잔업을 했으니 가끔은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는 것도 좋겠지. 나는 전철역 바로 앞에 있는 마쯔야로 발길을 돌렸다. 바로 옆에는 요시노야도 있지만 마쯔야는 된장국이 공짜니까(...요시노야는 된장국은 돈주고 사먹어야 됩니다)
새벽이라 그런지 가게 안에 손님은 나밖에 없다. 자판기에 290엔을 넣고 소고기덮밥 보통식권을 구입해 자리에 앉자, 금방이라도 카운터에 쓰러져 잘듯한 얼굴을 한 점원이 식권을 받는다.
바로 뒤를 이어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한 40대 중반의 샐러리맨(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보통 하나요”
옆자리의 샐러리맨의 주문도 규동하나,(+야채샐러드)
그릇에 밥을 담는 아르바이트의 눈에는 졸음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리고는 1분 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밥그릇이 나와 샐러리맨 아저씨에게 건네진다.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쩌라구...?그래,지금은 인간이 제일 졸음을 느끼는 시간인 새벽 2시다.사람이 졸리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납득 못할 일도 아니다.
”아하하...저기 말이죠 제 소고기덮밥에 소고기가...”
라고 아르바이트에게 말하려고 하는 순간
“야!!!!!”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이게 뭐냐고!!!왜 내 소고기 덮밥에 소고기가 없는 거야!!!"
"아,죄...죄송합니다. 제가 졸려서 실수를 한 것 같..."
"어떻게 너희들이 나한테 이럴 수 있어,왜!왜!왜!!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구!!!"
아저씨, 아저씨만 그런 게 아니라 제 밥그릇에도 소고기가 없어요(...)
사실 보통같으면
"총각, 새벽에 일하느라 많이 피곤한가 보네,소고기 덮밥에 소고기가 없어 하하하”
"하하하 죄송합니다,제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특별히 건더기 많이 넣어서 다시 드릴게요”
...이렇게 웃으면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도대체 저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이성회로에 금이라도 갈 걸까,
아니면 전날 직상상사에게 갈굼이라도 당한 걸까. 아니.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은 저 아저씨를 걱정하는 것 보다는 내 소비자로서의 권리(=소고기)를 되찾는 것이 우선이니까.
“저기요, 제 소고...”
순간 아저씨는 점원의 멱살을 잡고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니까,소고기......."
뒤이어 점장도, 아저씨를 뜯어말리기 위해 뛰쳐나갔다.
“손님,손님!!죄송합니다!그러니까 이러지 마시고...! ”
"......저기"
그리고 남겨진 것은 나와 소고기가 없는 소고기덮밥 뿐
...어쩌라구...?
어쩔 수 없이, 흰밥 위에 시치미와 초생강을 뿌려 된장국과 함께 먹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삼각김밥 사먹을걸 그랬지...
p.s 당연하지만 실화입니다(...ㅇ<-<)
p.p.s 저 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까 경찰이 와서 뜯어말리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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